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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육/교육에 대한 개인잡담

자녀교육 청개구리 요법 실시하기

20살 때였나..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학원에 다니던 무렵이었다

수능 시험 전 마지막 모의고사 성적을 보시던 아버지 왈

"00야 아무래도 너 공부쪽은 아닌 것 같으니

대학가지 말고 그냥 공장같은데 취업해서

시집이나 가라. "

 

 

초,중,고+재수학원

해서 총 13년 늘 한결같이 든든하게

지원해 주시던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

당시에는 꽤나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농담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신 얼굴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시는건

아빠가 정말 이제 나한테 공부쪽으로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란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건 이제 사용될 대학등록금은 물론,

당장의 학원비와 책값독서실비, 교통비, 밥값...

모든 내 공부를 위해 쓰이는 돈이 아깝다는 말로도 들렸다.

 

 

학창시절 내내 [좋은 대학 가기]만은 목표로

13년을 살아온 나에게는

그래도 어떻게든 대학은 가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던 좋은 계기였기도 하다.

 

 

그래서 그때 당시 나는 아빠한테

"그냥 이번에 점수 안나와도 전문대라도 갈께요

그래도 대학 졸업까지는 시켜주세요.

그 이후에는 뭐 해달라는 말 안할께요.."

 

이렇게 말했고

 

눈감고 아무말 없는 아빠의 모습에서

무언의 동의라는 것을 알았다.

또 그것이 마지막 동의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 수는 있었다.

 

언제나

내가 공부만 하겠다면

10만원 20만원 아깝지 않게 학원비를 대주시고

좋은 옷과 가방 학용품등을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과외 선생님에, 여러 참고서에, 동영상강의(당시에는 테잎영상) 구해오시고

새벽부터 유명강사 강의 수강표를 끊으러 동분서주 하셨던..

엄마,아빠였기 때문에

그런 부모님이 이제 날 포기한다는 것은

크나큰 충격이었고

 

이제 나는 낭떠러지앞에 서있단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1달은 정말 미친듯이 공부했고

내가 공부하게 만든 동기부여는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부모님의 포기]였다.

 

 

결과가 어찌 되었냐고??

 

 

그 해 수능 후 그저 그런 대학에 겨우 들어갔는데

이제 더는 내가 공부하도록 지원해 주시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수업시간에 몰래 수능문제를 풀고

MT OT 동아리 전부 안가고

과친구들 과는 담쌓고 

용돈모아서 노량진 단과학원에 몰래 다녔다.

당연히 대학 과제준비나 중간 기말은 F학점 수준이었으나

전혀 그 대학엔 미련이 없었으니..

아무 상관이 없었다.

 

 

즉 부모님의 지원없이 몰래 혼자서

3수를 준비했던 것이다.

그것도 대학까지 다녀가면서..

 

 

그렇게 1년

공부가 너무 너무 절실했고

문제집 살 돈이 부족해서

풀었던 문제집 또 풀고

있던 교과서 또 보고

과 수업 빼먹고 노량진으로 다니며

공부한 결과

 

그 해 수능

그야 말로 [대박]이 났다.

 

 

듣보잡 대학에 다니던 실력이었던 내가

서울시 주요대학에 들어갈 정도로 점수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서울 주요대학 중 하나인 K대학에

최종 합격했고,

이 사실을 알게된 부모님은

정말 정말 놀라며

나를 다시 보시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여러가지 공부에 대한 지원을

끊임 없이 해주셨다.

 

이 글을 아마 보시진 못하겠지만

정말 너무 너무 감사드린다..

 

 

나에겐 이른바

하라고 하면 안하고, 하지말라고 하니 하는

[청개구리 요법]이 제대로 작동된 셈이다.

 

 

물론, 3수 해서 좋은 대학 못가면

바보아니냐는 이야길 들을 수도 있겠으나

해본 사람은 알거다..

1년 안에 수능 성적 100점 이상

올리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을..

 

 

혹시

현재 자녀에게 너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라!

 

그 지원을 끊으면 그마저도 공부 안하게 될까봐

그게 두려워서 보통 부모들은 [뭐] 라도 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공부가 하기싫은 자녀들에게는

유명학원도 스타강사도 쪽집게강사의 비법도

모두 한 낱 [시간때우기 용]에 불과하다.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초등학생 학습지다.

같은 유형의 비슷한 문제를 끊임없이 풀게하며

어쩌다 한번 실수라도 하면 빨간펜으로 찍 긋는다.

자녀의 마음에도 빨간펜이 찍찍 그어진다.

그리곤 그들 마음속엔

[학습지(학원,과외,학교) 싫어...문제풀기 싫어...공부하기 싫어..]

이런 패턴이 생겨버린게 된다.

 

 

공부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시켜버린게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독이 된다.

 

 

학습지라 해도 정말 재밌어서

자녀가 좋아하면 마음껏 시켜라.

그렇지 않다면

바로 접어야 한다.

 

 

그냥 집에서 놀고 티비보고 빈둥대는게

뒤쳐지는 것 같아서

학습지라도 시켜보려는 부모가 많다.

혹은 과외 선생님을 붙여준다..

혹은 셔틀버스 있는 학원에 보내 빡세게 굴린다.

 

 

다 필요없다.

필자가 다 해보고 당해봤는데

공부할 마음이 없으면

어차피 전부 시간때우기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동.기.부.여]

 

꼭 청개구리 요법을 쓰라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

우리가 왜 사는지 좀 더 철학적인 부분에서 부터

철들게 하라.

 

음악회, 좋은 음식점, 미술관, 박람회, 여행..

이렇게 사회 구경 부터 시켜주기도 하며

왜 잘살아야 하는지 몸소 체험하게 해주고

 

때론 춥게, 배고프게, 부족함을 느끼게도 해주어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경제적인 지원이 마치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해줘라.

 

진실된 마음으로

공부의 중요성 부터 깨닫게 해야

스스로 공부하게 될 것이다.